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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? 2011년 개설 조금 끄적, 2014년 조금끄적, 그 이후 드문드문. 2020년이 되었습니다. 이번엔 길게 가보려합니다. 여행, 영화, 책, 학교, 교육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씁니다.
계란빠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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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실에 아트 포스터를 들이다.

2021. 4. 21. 16:16 | Posted by 계란빠앙

 김환기 작가님의 아트 포스터를 사왔다. 내 방 벽에 나란히 걸어 두어도 좋았겠지. 왜 난 교실 생각이 나는 걸까. 하루의 8~10시간을 있는 교실에 두기로 했다. 어디에 걸면 좋을까, 포스터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고민을 하다 텅 빈 책장 선반에 포스터를 배치했다. 그곳은 원래 학생의 작품들이 있던 자리로 교실 전시가 끝나 어린이들이 작품을 집으로 가져가서 빈 곳이다. 원목의 책 받침대를 꺼내 포스터를 받치고 나니 꽤 어울리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. 이 작은 것 하나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길게 두어 초등학교 기억의 어느 한 켠에 교실에 그런 게 있었지, 라고 회고할 수 있으면 그거로 된 것이다.

 다음날, 아트 포스터를 설명해 줄 짬도 안 나는 폭풍같은 하루가 지나갔다. 알림장과 온라인 학습 준비물을 챙겨서 가방에 넣는지 일일이 확인하며 다니며 '짐 싸~!'라고 외치는 때, 한 어린이가 와서 묻는다. 

 

 

"선생님 이건 뭐에요?" 

 

 포스터를 잡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0.1초의 생각끝에 나온 말은, 

 

"아 이건 선생님이 산 거야." 

 

 그 말을 듣자마자 손을 뗀다. 아트포스터라고 해도 되었을텐데. 행여 훼손될까 싶어 내가 샀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. 내가 샀다는 말을 듣고 작품 가까이 가 볼 마음은 접게 한 건 아닐까. 나의 바람은 그게 아니었는데.

 

왼쪽: 저녁노을, 오른쪽: Air and Sound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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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7. 3. 17. 17:30 | Posted by 계란빠앙

민혜쌤 : 엊그제 아침에 자기 흰 터틀넥 입고 왔지?

나 : 네

민혜쌤 : 그거 입고 칠판 앞에 서 있는데 되게 이뻐보이더라

나 : 네?

민혜쌤 : 아침에 자기가 뭐 설명하고 있었나봐. 내가 지나가면서 봤는데 자기가 칠판앞에서 뭐 설명하고 있는게 되게 이뻐 보이는거야.

나 : 앗 감사해요 ㅎㅎ

민혜쌤 : 같이 교과실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, 그렇게 보니까 이쁘더라. 자기가 거기에 어울리는거야. 오며가며 보면 볼 때마다 자기반 애들 표정도 밝고, 내 눈에도 이뻐보이는데 애들 눈에는 얼마나 이뻐보이겠어. 애들이 자기 정말 좋아하나봐.


 이번주에 학부모 총회가 있었다. 학급세우기를 계속 하는 와중에 학부모총회까지 준비하려니 8 to 7의 생활을 해도 시간이 모자랐다. 그리고 내 성격에 부족해보이는 학부모총회를 하기 싫어서 매일이 지친 하루의 연속이었다. 수요일 총회가 끝나고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는데 금요일 오늘 저 얘기를 들으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헛된 일들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.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더 모르겠고, 어려운 것 같은 게 교직이다. 열심히 할수록 더 부족한 것 같고 열심히해도 부족한 내 모습이 발견되니까 적당히 대충하려고 했던 것 같다. 알수록 어려운 길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던 건 아닐까.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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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5. 12. 3. 12:14 | Posted by 계란빠앙

수업 시간에 말을 할 때 껴들고, 집중 잘 못 하고,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가 있다. 오늘 그 아이가  교실을 들어오며 아름다운 말을 했다.

"선생님 밖에 보세요. 아름다운 풍경이에요."

진심으로 아름다워하는 눈빛이었다. 그리고 그 풍경을 나와 공유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. 어른이 되어버린 내 눈은 지나치기 쉬웠다. 아이 덕분에 창밖을 한 번 더 본다. 


아이=고건희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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