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환기 작가님의 아트 포스터를 사왔다. 내 방 벽에 나란히 걸어 두어도 좋았겠지. 왜 난 교실 생각이 나는 걸까. 하루의 8~10시간을 있는 교실에 두기로 했다. 어디에 걸면 좋을까, 포스터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고민을 하다 텅 빈 책장 선반에 포스터를 배치했다. 그곳은 원래 학생의 작품들이 있던 자리로 교실 전시가 끝나 어린이들이 작품을 집으로 가져가서 빈 곳이다. 원목의 책 받침대를 꺼내 포스터를 받치고 나니 꽤 어울리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. 이 작은 것 하나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길게 두어 초등학교 기억의 어느 한 켠에 교실에 그런 게 있었지, 라고 회고할 수 있으면 그거로 된 것이다.
다음날, 아트 포스터를 설명해 줄 짬도 안 나는 폭풍같은 하루가 지나갔다. 알림장과 온라인 학습 준비물을 챙겨서 가방에 넣는지 일일이 확인하며 다니며 '짐 싸~!'라고 외치는 때, 한 어린이가 와서 묻는다.
"선생님 이건 뭐에요?"
포스터를 잡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0.1초의 생각끝에 나온 말은,
"아 이건 선생님이 산 거야."
그 말을 듣자마자 손을 뗀다. 아트포스터라고 해도 되었을텐데. 행여 훼손될까 싶어 내가 샀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. 내가 샀다는 말을 듣고 작품 가까이 가 볼 마음은 접게 한 건 아닐까. 나의 바람은 그게 아니었는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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